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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4/23 답사 후기 / 천년 전의 불국을 만나고 싶다면.
by 강선미 | 06/05 | 1260 h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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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았을 때, 무엇을 보았습니까? 바람에 날리는 갈기? 콧등에 잡힌 주름? 포효하면서 벌린 입 안에 사납게 보이는 어금니와 붉은 혀? 햇빛에 빛나는 황금색 털? 그 모든 것이 합쳐져 만들어진 사자의 카리스마와 그 존재감?
사진을 보았을 때 우리는 사진의 객체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 객체의 크기, 형태, 그리고 눈에 보이는 세세한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저 사자가 어디에 있고,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쉽게 상상할 수 있을까요? 사자의 어린 시절은 어디서 보냈고, 이후에는 어떤 삶을 살았으면 좋겠는지, 감정을 이입할 수 있나요? 심지어 저 사자가 그저 박제라고 해도 사람들은 알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다음 사진은 어떤가요? 한 사자가 서커스 공연에서 좁은 통로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사람을 피해서 조심조심 가고 있지요. 보는 사람마저 조마조마하게 만드는군요. 아마 저 사자는 어릴 때부터 저 훈련을 받았을 겁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서커스 단에 팔려와 훈련받았을 사자를 생각하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첫 번째 사진과 달리 우리는 두 번째 사진에 좀 더 몰입하고 감정이입 할 수 있습니다. 왜 일까요?
경주 남산에 다녀오셨나요? 그렇다면 질문해볼께요. 이제껏 박물관에서 본 불상의 표정을 기억하실 수 있으신가요? 그 표정이 남산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 생생하던가요?

저는 그것이 배경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에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두번째 사진에서 사자의 스토리를 상상해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남산에서는 박물관에서는 결코 겪기 힘든 특별한 일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남산은 국내에서 몇 안되는, 수 많은 불상과 석탑에 세워졌던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거의 완벽하다 싶은 배경을 우리에게 안겨줍니다. 그리고 산이라는 공간적 특성상 천년 전과 지금이 크게 바뀌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남산은 정말 엄청난 공간이자 도구가 됩니다. 그야말로 당신이 조금만 더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천년 전 그 곳으로 당신을 데려가 줄 타임머신이 될 수 있으니까요.

총 이틀에 걸쳐 동남산 산책과 남남산 견학을 경주 남산 연구소에 신청했습니다. 홀로 간 경주는 벌써 네 번째 방문임에도 여전히 오묘한 감각을 줍니다. 바로 옆에 누군지 모르지만 천년 전에 살았던 동산 같은 무덤이 있고, 그 무덤을 바라보면서 커피를 마시는 감각은 좀 기이합니다. 우리나라의 특성상 조선시대 유적들은 매일보는 일상적인 것일지 모르지만 삼국시대로 거슬러 가면 이야기가 좀 다르지요. 그야말로 신화가 살아있었던 시대의 유적들은 지금을 비일상으로 만드는 특수한 마법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죠. 어쩌면 경주에 가끔 발길이 닿는 것도 비일상의 마법을 느끼기 위함일지도 모릅니다.  

경주 남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남산은 한 번정도 가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되도록이면 1박 이상으로 가서 거기에 무엇이 있던 푹 젖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요. 하지만 산 전체에 여기저기 퍼져있는 많은 문화재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누군가에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남산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재미있고 뜻 깊은 여행이 되었습니다. 두 선생님의 친절함과 세세한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세세한 문화재 이야기는 넘어가겠습니다. 칠불암이 얼마나 크고, 할미불상이 얼마나 온화한 표정을 짓는지, 와상의 아슬아슬함도, 수 많은 에피소드들도 기억 속에 넣어놓겠습니다. 견학을 신청하신다면 여러분들도 보고 느끼고 들으실 수 있을 거에요.

여기에는 견학 중에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둘째날 남남산 견학은 좀 힘들었습니다. 풀숲으로 우거진 곳을 가고, 가이드가 없다면 모를 길을 오르내리면서, 하산할 때쯤은 기진맥진 했죠. 그렇게 산을 중간쯤 내려오다가 어디선가 기계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들었던 생각이
‘아, 이제 다시 속세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스스로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어느 샌가 나는 속세가 아닌 곳에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불국사를 흔히 부처의 나라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그곳은 왕과 귀족들을 위한 곳이었죠. 소설 무영탑에 보면, 석가탑을 만드는 석수의 아내가 남편을 만나지 못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일에 방해될까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 곳은 이미 그때도 허락받지 못했던 일반 평민이 함부로 드나들 수 없었던 공간으로 보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미 신라는 불교 국가였습니다. 생활 뿌리까지 들어온 불교. 커져가는 부와 풍요. 일반 백성들도 자신들에게 허락된 부처의 나라를 가지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하필 남산에 이렇게 많은 불상과 석탑들이 있었을까 항상 궁금했었죠.
불국사처럼 국가에서 대규모로 할 수 있었던 시기는 이미 경덕왕 때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이후 커져가는 귀족들과 부호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그들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 백성들도 갈 수 있었던, 세속과 거리가 있지만 거주지와 그렇게 멀지 않은 공간에 많은 신라인들을 위한 사찰과
암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것을 쉽게 그려볼 수 있습니다.

그때는 언제나 방문객을 위한 등불이 산을 밝혔을 것입니다. 저녁이 되면 각양각색의 등불이 어둠 속에서 남산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 놓았겠죠. 좋은 옷을 차려 입은 아가씨들과 귀부인 뒤에 시종들이 시주하기 위한 물품들을 등에 지고 좁은 산길을 오르다가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길을 비켜줍니다. 어깨와 어깨가 마주 닿을 만한 공간에서 작게 인사하고 고개를 들면, 숲의 소리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목탁소리가 들려오면 향 내음과 계절에 피는 꽃의 진한 향기가 바람과 함께 떠돕니다. 산의 입구에는 아마 귀부인과 아가씨들을 태운 우마차 행렬이 늘어서있을 겁니다. 불상에 농사 진 것들을 바치고 기원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 까.

그런 번성함이 시대를 지나면서, 쇠락하고 잊혀졌습니다. 잊혀진다는 것이 저에게 놀랍더군요. 더 이상 나라의 불운을 불심으로 이겨내기 위해 말씀을 목판에 새기던 시대가 아니었습니다. 지도자들의 이념은 나라와 나라를 경계로 바뀔 수 있을지 몰라도 일반 사람들의 생각, 특히 종교적인 믿음은 변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왜구와 청나라가 쳐들어 와도 불심에 기대지 않는 시대가 왔습니다. 정말 사람들 속에서 잊혀졌다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엄청난 사상 변화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불탑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조상의 무덤을 세우기에 이르지요. 강물로 흐르는 시내같이, 기록되지 않은 일상에서의 역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남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상의 곡선이 얼마나 우아한지, 얼마나 아름답게 신선처럼 세상을 바라보는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조금만 더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천년 전의 번영을 그려볼 수도 있고, 역사의 흐름과 사상이 어떻게 변화했고 쇠락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망가진 많은 불상과 탑을 원상태로 보존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지금 상태로 두어 흐르는 것 역시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2차세계대전 공습 받았던 폐허를 그대로 보존하는 것처럼요. 그것 역시 나름대로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어여쁘고 완벽한 것만이 역사와 문화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종이라면 그것이 가진 원래 목적과 의도와 가치처럼 지금도 쳐져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괜히 글이 길어졌네요. 밤에 음주작문하면 벌어지는 사태라 여기시고 너그럽게 봐주세요. 어쨌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문화재를 바라볼 때 상상력을 가지고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남산은 그것이 더없이 훌륭하게 펼쳐질 수 있는 귀중한 보고임이 틀림없고요. 그래서 천년 전, 경주를 보고 싶은 당신에게 남산을 권해드립니다.

그곳에서 눈을 감고 불국사와 다른 또 다른 부처의 나라를 그려보세요.  
그게 여행의 맛, 비일상의 기쁨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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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남산연구소  06/07   
좋은 후기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신 주소로 소정의 감사선물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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