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 여행 사흘째인 오늘은 남산연구소의 안내를 받아 삼불사부터 삼릉을 거쳐 금오봉까지 문화유산을 탐방하는 일정이다.
누군가 남산에 오르지 않고는 경주에 왔었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다.
김경옥 문화유산 해설사님이 앞서서 삼불사로 향하고 서울에서 여행 온 모녀 그리고 나는 뒤를 쫓으며 설명을 들었다.
먼저 찾은 곳은 배동 석조여래삼존입상이었다. 국보 63호인 석불은 원래 흩어져 있었다고 한다. 본존불 좌우로 보살상이 본존불을 보좌하는 형태로 본존불은 본래 아기가 웃는 얼굴 모습이었다고 한다.
7세기 중후반의 신라 불상의 대표작이다.
삼불사는 지금의 터가 아닌 석조여래삼존입상 전각 뒤였다고 한다.
삼릉은 소나무 숲속에 앉아 있었다. 8대 아달라왕 (154~184), 53대 신덕왕 (912~917), 57대 경명왕 (917~924)의 능이다. 1936년 신덕왕릉은 도굴당했다고 하는데, 어쩌면 경주 곳곳에 있어 능 대부분이 일제강점기에 도굴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릉에서 계곡으로 오르는 길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었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더위를 식혀 주었다. 그래서 냉곡이라고 하나 보다.
그곳에 머리 없는 석불좌상이 보였다. 석조여래좌상이다. 계곡에 묻혀 있다가 1964년 발견되어 지금의 자리로 옮겨 왔다고 한다.
야외 박물관이라고 부를 만큼 유산이 많은데 안타깝게도 머리가 없어지는 등 파손된 불상이 많았다. 어떤 불상은 국립박물관 같은 곳으로 옮겨진 것도 있겠다.
마애관음보살상과 바위에 조각한 선각육존불과 선각여래좌상을 감상하며 오르니 보물 666호 삼릉계 석조여래좌상이 연화대석 위에 앉아 계신다. 이 불상 또한 파손된 부분을 보수하고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계곡으로 오르다가 숲속에서 부처님이 앉아 계신 모습을 보니, 정면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선각마애불과 상선암 마애선각보살상 그리고 마애석가여래좌상을 보고 오르니 넓은 바위가 보인다. 바둑바위라고 했다. 그곳에 서서 바라보는 경주는 평온해 보인다. 신라가 경순왕 때 운명을 다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고려가 세워졌을 때 고려 태조인 왕건은 옛 신라 수도 서라벌의 이름을 경사스러운 고을이라는 의미로 경주라고 불렀다고 한다.
천년 고도 경주의 남산은 금오산이라고도 부르듯이 거북이 바위도 보였고, 산 전체가 박물관이라 부를 만큼 불상 등 유산이 곳곳에서 발걸음을 잡았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알면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옥 해설사의 설명이 내 머리에 들어앉지 못한 책임은 온전히 내 탓이다. 그러나 신라의 56대 왕들의 이야기와 경주의 탄생 그리고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알게 된 오늘 탐방 인원은 점심을 함께 먹으며 추억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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